호주 미식 여행 첫날 회전 전망 레스토랑 'SUMMIT'에서 식사를 하고
다음날 점심은 골든 코스트에 있는 얌차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GOLDEN FORTUNE 골든 포츈
사실 호주에 와서 두번째로 먹은 것이 호주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중식을 좋아하는 만큼 기대는 매우 컸었습니다.
하지만 외국, 특히 서양의 중식은 단순한 아시아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방세계에 가장 먼저,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음식이 중국요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서양에서의 중식은 서양사람들의 입맛에 조금씩 맞춰지게 되면서 아시아적인 향기가 다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느끼기 힘든 오묘함을 나타내곤 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중식당은 전통을 살리면 매우 전통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렇지 않고 모던함을 컨셉으로 하면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던함으로 어색함을 자아내곤 했는데 이곳에서 본 레스토랑 분위기는 정말 자연스러운 전통 컨셉이지만 현대적인 그런 느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이런 느낌은 레스토랑 인테리어의 마지막 궁극이라는 '손님'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요리를 각자 먹으며 조용한 서양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통의 음식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먹는 모습이란...
왁자지껄하게 공통의 음식을 먹는 아시아 사람들이 개인적인 요리를 조용히 먹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손님의 분위기는 레스토랑의 전체 분위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섞어주는 부드러운 크림과 같았습니다.
서양사람들이 둘러 앉아 테이블을 돌리며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이란 서양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저에게는 매우 신기한 모습이었으나 어쩌면 이것이 바로 다분히 현실적인, 너무나도 시야가 좁았던 사람에겐 신기한,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스토랑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여러개로 쪼개진 수족관이 나옵니다.
그 수족관에는 각종 해산물이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호주스러운 크기의 전복과 신생아보다 큰 바다새우, 바다가재등.... 당장이라도 집어들고 요리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드는 재료들이 죽음의 욕조에서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습니다.
레스토랑 가장 안쪽에 자리잡아 레스토랑 전체를 바라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호주사람들이고 간간히 중국사람 일행과 저희 한국사람 일행이 있었습니다.
왼편에는 주방이 자리잡고 있고 해산물은 정면에 보이는 수족관에 있습니다.
서빙방식은 쏟아붓고 쓸어담는 다분한 중국식 음식 서빙이었습니다.
앞으로 소개되는 음식에 순서는 없습니다.
1. 게살 계란탕
CRAB SOUP
특별하지 않은 계란탕입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걸쭉한 국물과 그 아래에 깔려있는 게살이 식감을 자극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냉동 게살을 사용하는데 역시나 해산물이 풍부한 호주이기 대문에 생 게살을 사용하여 씹는 맛이 더욱 좋았습니다.
2. 산라탕
HOT AND SOUR SOUP
역시 평범한 산라탕입니다. 강렬한 매운맛과 신맛이 어우러지는 맛이었습니다.
산라탕의 매운맛은 산초의 '랄'한 맛과 식초의 신맛으로 이용해 만드는 것이 원래 방법입니다.
여기서 먹은 산라탕은 고추기름을 많이 써서 그런지 산라탕의 '랄'한 맛보다는 고추의 매운맛인 '마'의 매운맛이 많이 났었습니다.
재료는 두부, 죽순, 계란, 파, 완두콩, 양파등이 들어갑니다.
적당히 튕기는 죽순의 맛과 부드러운 두부의 맛이 자극적인 국물과 함께 오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호주이기 때문일까요?
스프에서부터 이제 조금씩 짠맛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3. 문어 튀김
OCTOPUS FRITTER
일본식 바삭한 튀김이 아닌 중국식 튀김옷으로 바삭한 외부와 푹신한 내부조직을 가진 튀김옷 속에 탱글탱글 쫄깃한 문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은은한 단맛과 오묘한 향 그리고 엄청난 짠맛이 섞여있는 시즈닝이 뿌려져 있습니다.
사실 뿌렸다기 보다는 버무렸다는 표현이 어울릴것 같군요.
고추가 썰어져 있지만 맛에는 절대 매콤한 맛이 없습니다.
지나칠정도로 감칠맛이 넘치는 튀김옷과 문어다리에 매우 흐뭇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됬던 심한 짠맛은 그 흐뭇함의 지속시간을 짧게 만들었습니다.
4. 쇠고기 볶음?
BRAISED BEEF
마땅히 한국식으로 표현할 말이 생각나질 않네요...
중국식으로 하자면 '홍소우육'정도 되겠네요
한국사람 입맛에 가장 맞아서 그럴까요?
제일 인기가 있었던 요리입니다. 매운듯 맵지 않은 소스에 기름에 데친 오이와 소 안심을 졸였는데요
살짝 자극적인 소스와 부드러운 감칠맛의 안심, 아삭한 시원함을 가진 오이가 어우러지면서 놀라울 정도의 조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재료들로서 요리의 맛을 완성시키는 중국식 음식조화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네요.
5. 마파두부
MAPO TOFU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마파두부입니다.
곰보 할머니가 남는 재료로 만든 술안주가 시작이라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요
골든포츈에서 먹은 마파두부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순두부가 아닌 단단한 두부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스가 걸쭉하다기보다는 졸여진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글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걸쭉하게 만든 걸쭉함과 졸여지면서 나온 걸쭉함은 조금 다릅니다.
맛은 역시 자극적이었습니다. 강하다고나 할까요?
전체적인 재료가 조금씩 굵기 때문에 씹으면서 나오는 즙으로 자극적인 소스의 맛이 조금은 조절이 되더군요.
6. 유림기
FRIED CHICKEN AND SOY SAUCE
껍질까지 바삭하게 튀겨진 닭에 새콤한 간장소스가 뿌려지고 위에 살짝 튀겨진 파와 생강채를 올린 요리입니다.
파와 생강은 한번 튀겨졌기 때문에 매운맛은 살짝 줄어들어 닭과 같이 먹었을 때
약간의 느끼함이 남아있는 뒷맛을 깔끔하게 해주었습니다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그냥 튀기는 방법이 더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재료를 써는 법이 매우 투박한데 이것은 호주의 느낌과 일맥상통하군요....
땅이 넓은 나라의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7. 꿀소스의 대하튀김
DEEP FRIED KING PRAWN WITH HONEY SAUCE
새우의 탱글탱글한 촉감과 꿀의 달콤함이 감칠맛나고 쫄깃한 튀김옷과 더불어 맛의 환상적인 만남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스는 별다른 조합이 있다기 보다는 꿀을 조금 약하게 해서 바른것 같습니다.
새우의 신선함이 입속에서부터 위로 들어갈 때 까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3개이상 먹으면 조금 입에 물리는 맛이 있기 때문에 많이 먹기는 힘들더군요.
8. 관자 야채볶음
SIMPLE FRIED SCALLOP
정말 말 그대로 간단하게 볶은 관자요리입니다.
관자와 야채는 모두 한번 데친다음 청주와 소금으로만 간을 한것 같은 소스로 살짝 볶았습니다.
맛 또한 매우 간단하였지만 간단한게 좋은 것이지요...
재료의 본 맛들이 모여들면서 서로의 맛들을 끌어올려주었지요
심심하면서 감칠맛 나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관자도 매우 부드럽게 조리되어 먹는동안 기분이 좋았습니다.
9. 쿠키와 칩
SIMPLE DESSERT
마지막으로 먹은 디저트는 사실 시킨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 받은 것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우리나라 매작과처럼 꽈베기를 튼 뒤 튀긴 것 입니다.
위에는 슈가파우더를 눈내리듯이 뿌려서 마무리를 했는데요
밀가루 반죽에 뭔가 대단한 것이 들어간 것 같진 않았습니다.
단지 계란반죽으로 인해 맛이 조금 고소하다고나 할까요?
별다른 특징은 없었지만 중간은 하는 맛으로 서비스로서는 보통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골든 포츈에서의 점심식사는 끝이 났습니다.
저는 외국 여행을 가보면 항상 중식을 먹어보는 편인데 이것은 제가 중식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있을 뿐더러 세계에 퍼진 중식이 각 나라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적응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중국에서는 여러가지 지방의 음식이 자신의 색을 들이댄 체로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지만 바다 건너 정착한 중국음식은 각자의 지방색을 들어낸다기 보다는 똘똘 뭉쳐서 '중국'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지요
음식의 다양함에 지방의 특징까지 더해지면 똑같은 요리라도 다른 느낌, 다른 맛을 보여주게 되니 요리란 정말 '무한한' 예술 작품인 것 같습니다.
과연 요리의 끝은 어디이며 전세계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요리'가 나타날까요?
그때를 위해 저도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
쭌이었습니다.
호주 맛기행 다음에 소개해드릴 레스토랑은 골든 포츈을 나와 관광을 한 뒤 저녁식사지로 선택한
스테이크 레스토랑 '킹슬리(KINGSLEY)' 입니다.
나쵸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