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 자주 찾곤 하는 서해 바다, 여름이면 꼭 가게 되는 동해 바다. 이제 그저 그런 바다가 조금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남해 바다의 매력에 눈을 돌려봄은 어떠한가.
푸르른 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 쪽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그 곳은 바로 바다의 도시이라 불리는 통영이다. 우리나라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이 곳은, 유명한 여수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통영은 수려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찬란했던 300여 년의 통제영 유적지와 통영이 낳은 유명 예술인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보물창고라 칭해지기도 한다. 때문에 차를 타고 씽씽 달리기보다는 차를 한켠에 세워두고 좋은 이의 손을 잡은 채 찬찬히 걷고 둘러보면 좋은 곳.
글 고선주 · 사진 마아란
거북선 체험
임진왜란 당시의 뜨거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곳
| 거북선 및 조선군함 체험소
임진왜란 당시 전세를 역전하고 승리로 이끌었던 민족의 영웅 이순신. 그의 주 활동무대가 통영 바다였기 때문에 통영에는 거북선 체험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자료가 많다. 위의 사진은 최근 유료화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거북선 체험시설이다. 사실 거북선의 외부는 이곳 저곳에서 본 이가 많을 것이다. 덮개에 뾰족한 쇠못들을 꽂아 적이 뛰어오르지 못하게 하였고, 앞뒤뿐 아니라 좌우에도 화포를 설치하여 사방으로 공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외관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하다. 다만 그 내부사정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 통영의 거북선 체험시설을 이용하면 거북선의 내부까지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내부에는 장병들의 무기들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을 위해 갖추어진 화장실과 휴게실, 숙소, 치료실 등이 있다. 하물며 휴게실도 있는데, 이는 장병들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자 함이다. 이처럼 거북선은 장병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여, 전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자 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물들어 있는 곳. 뿐만 아니라 관람 외에 입장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요소들도 곳곳에 숨겨져 있어 역사적 현장에 대한 공부뿐 아니라 재미까지 더해지는 장소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본 이라면 이 장소가 낯익을 것이다. 삶이 험난하기 그지 없었던 이 드라마 속 주인공 둘은 마지막 회의 엔딩 장면에서 그 험난했던 시간에 복수하듯, 매우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장소에 있었다. 그 장소가 바로 이 곳,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다. 여느 달동네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마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 마을의 벽이 그림으로 채워지면서부터. 이 마을이 벽화마을이 된 것은 한 시민단체가 공모전 연 덕분이다. 사실, 통영시에서는 동피랑 마을을 철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동피랑 마을 색칠하기’ 공모전 덕에 마을 곳곳이 아름다운 벽화로 채워지고 이 마을이 입소문을 타게 되자 지금은 도리어 보존지구로 바뀌게 된 것. 동피랑 마을에 처음 들어서면 다소 오르막길이 많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벽면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조차도 금세 익숙해진다. 삭막한 도시의 우뚝 선 빌딩숲에서 숨쉬던 이라면 동피랑 마을의 골목 하나하나, 벽화 하나하나가 더욱 새롭게 와 닿을 것이다. 벽화는 2년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단장을 하곤 하는데, 덕분에 동피랑 벽화마을에 한 번 와봤던 이라도 다시금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동피랑이란, 동쪽에 있는 비랑(비탈의 사투리)이라는 뜻으로 동파랑 마을은 통영항 중앙시장 뒤편의 남망산 조각공원과 마주보는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다.
통영의 해저터널은 동양 최초의 해저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명소. 예전에는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고자 만들어진 주요 연결로였으나,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개통되면서 요새는 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터널이다. 차량은 오가지 않고 사람들만이 오가는데,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이 터널로 산책을 오는 이들도 꽤 많다. 양쪽 바다를 막아 바다 밑을 파서 콘트리트로 만들었다는 이 터널은 바깥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통로에 설치된 누런 조명 때문에 스산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터널 내부의 벽면에는 공사 당시의 사진과 설명 등을 적어두어 해저터널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해저터널에 대해 알아보며 걷는 것도 또 다른 소소한 재미.
앞서 소개한 해저터널의 위를 흐르는 좁은 해협이 통영운하. 통영의 야경은 대부분 바로 이 통영운하에서 비롯된다. 미륵도와 통영을 잇는 것이 통영대교와 충무교인데 이 두 다리 아래 흐르는 바다가 통영운하다. 사실 통영운하의 야경 장소로는 충무교보다는 통영대교 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덕분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는 물론,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의 산책 코스로도 각광받는 장소. 통영대교에는 아치구간에 196개의 투광등이 설치되어 있어 밤이 되면 초록빛의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이는데, 그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하여 통영 8경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