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글로벌 시대.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주변국이 아닌, 먼 나라 음식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지는 몇 십 년이 흘렀다. 크게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기타 지역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역시 한식과 대조되는 대표주자는 대강 통틀어 ‘양식’이라 불린다. 어디까지가 양식에 포함되느냐고 묻는다면 그 경계가 애매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겠고, 지금부터 알아볼 양식은 그저 우리가 지금껏 생각해오고 있는 ‘서양식’이라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식과 양식이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그 원리를 알아보고 이해를 시도해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의 나열로 볼 수도 있고, 혹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의 다른 점, 오해하고 있었던 점들을 찾아본다면 더 흥미로울 것.
도대체 과학적 진실은 무엇인가?!
재료 하나도 따져먹는 S님 (남, 42세)
항상 말들이 많죠. 한식이 좋다, 양식이 좋다… 근데 진실은 대체 뭘까요? 물론 어느 것 하나가 더 좋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속 시원히 팩트만 정리해서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스스로 판단해서 합리적인 식습관을 갖지 않겠어요?
이랬다 저랬다 자주 바뀌는 소식들 때문에 짜증이 조~금 나신 것 같네요. 한국 음식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이다!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문제점들이 질병과 맞물려 주르륵 나오기도 하고요. 정말 팩트만 알아봅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진실, 다시 한 번 체크하자!
| 안동 '콩깍지' - 단호박매운갈비찜
한식이 양식과 비교했을 때 열량이 낮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혹시 이 사실도 아는가. 최근, 지금까지 계산해오던 열량 계산법의 오류를 개선한 새로운 열량 계산법이 등장했다! 새로운 열량 계산법으로 계산했을 때의 결과는 모르는 이들이 꽤 많다. 과연 새로운 열량 계산법에서도 한식은 살아남았을까? 놀랍게도 새로운 열량 계산법을 도입했을 때 한식은 더욱 저열량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반대로 양식은 더욱 고열량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이어트 열풍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는 요즘, 이 소식은 한식의 메리트를 한 단계 더 높여주는 느낌이다.
‘열량 계산법’에 ‘ㅇ’자도 모르고 살았던 우리. 그저 적혀있는 열량만 믿고 살았던 우리에게도 전문적 지식을 들려줘라!
● 지금까지 계산해오던 열량 계산법의 오류
: 기존의 열량 계산법(‘에너지 전환 계수법’이라 불림)은 단순히 식품에 함유된 성분을 이용하여 열량값을 산출해내곤 했다. 이는 음식 재료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인체 내 소화율 혹은 조리에 의한 효율 변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열량 계산법
: 최근에는 동물 실험을 활용한 측정법이 나와 에너지 전환 계수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체 내에서 실제로 이용되는 열량값을 측정해내고 있다. 한식의 경우, 식이섬유소 함량이 높고 다양한 식재료가 포함되어 있어 기존의 계수법과는 더욱 다른 결과값을 보인다. 양식과 비교하여 한식의 열량이 낮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격차가 현저히 늘어났다는 것이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그저 알고 있으면 끝? 이젠 생각하며 먹자!
| 청담 '마조앤새디' - 브런치 세트(feat.마조씁쓸이)
한식은 지나치게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많이 섭취는 경향이 있다. 간이 되지 않은 밥을 먹기 위해 맵거나 짠 반찬들을 곁들이다 보니, 반찬 때문에 나트륨 섭취량이 높아지고 결국 다시 돌아와, 맵고 짠 음식 때문에 밥을 많이 먹게 되어 탄수화물까지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한식은 다양한 음식들이 식탁에 올라 모든 영양소를 부족함 없이 섭취하기에 좋고, 심지어 저열량이라서 요즘 시대에 꽤 각광받는 음식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한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탄수화물과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야만 한국인들이 가지는 고질병을 피해갈 수 있다. 평소 먹는 밥에 잡곡을 넣어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국물 요리는 되도록 피해야 하며, 조림 반찬 대신에 계란이나 생선 등의 동물성 단백질 비중을 높이면 한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양식의 경우는 고기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하는 데에 있어 한식보다 좋지만, 반면 잦은 육류 섭취로 인해 성격이 거칠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음식에 지방함유량이 높아 자칫 비만이나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양식의 경우에는 영양소가 과다 섭취될 수 있는 가능성들이 충분히 있으므로, 영양소 보충의 개념보다는 영양소 컨트롤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예를 들어, 대부분 양식 코스에 빵이 더해지는 것은 주식에서 부족한 탄수화물을 채우고자 함인데, 식사 시에 요리와 함께 빵을 먹거나 후식으로 먹는 것 외에 따로 빵 류를 간식으로 자주 먹는다던가 햄버거를 먹는다던가 하는 것은 결국 영양불균형이나 과다섭취, 비만 등의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양식을 즐기는 경우에는 스스로 섭취량이나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종류를 컨트롤하여 넘침이 없도록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자.
스테이크 때문에 칼이랑 포크가 있다 쳐요. 그럼 우리도 갈비찜 먹고 삼겹살 먹을 때 개인 접시에 놓고 포크랑 칼을 이용하면 편하잖아요. 콩나물 무침은 파스타처럼 포크로 찍어서 돌려 먹구요.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도구까지 다른 문화적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한 번도 그렇게 생각 못해봤는데. J님의 말씀을 들으니 꽤나 그럴싸합니다. 알아보니 이것은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사실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포인트를 꼽자면 아무래도 우선순위의 문제겠군요.
내심 짐작했던, 식기의 차이
| 서초 '비너스 본사 건너편 갈비살' - 된장찌개
모두 알고 있듯이 한식에서는 식기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서양식에서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한다. 밥과 반찬을 뜨고 집어먹어야 하는 한식의 경우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적합하고,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썰어서 꽂아먹어야 하는 서양식의 경우는 포크와 나이프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보자면, 국과 찌개가 메인 요리인 한식에서는 국물을 떠먹기 위한 숟가락이 '필수적인' 도구이고, 스프가 에피타이저에 불과한 서양식에서는 숟가락이 '선택적인' 도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져보자면 서양식의 경우는 육류가 메인이기 때문에 숟가락 대신에 나이프가 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숟가락이든 젓가락이든, 나이프든 포크든 한식이나 양식에 모두 적용될 수는 있다. 필자 역시 포크로 볶음밥을 떠먹는가 하면 젓가락으로 샐러드를 먹으니 말이다. 다만, 어떤 식기가 ‘더’ 필요하냐에 따라서 한식과 양식은 사용하는 식기가 다르게 나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제 양식과 한식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죠. 그렇지만 정확히 양식은 무엇이고, 한식은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답하기 참 애매하더군요. 요즘 제 아이들의 호기심이 부쩍 늘었는데, 주방을 책임지는 제가 명확히 답변을 못해주니 창피합니다.
의외로 양식과 한식이 차이는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자료가 별로 없죠.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조리자격증 따는 분들은 많은데 대체 왜? 하지만 찾기 힘든 만큼 재미있긴 하답니다. 한 번 보시죠!
이렇게 분석해봤니? 숨겨진 상차림의 비밀
한식과 양식의 상차림을 구분 짓는 특징 중 하나는, 한식은 공간 전개형이고 양식은 시간 전개형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식은 하나의 상 위에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먹는 방식, 서양식은 한 접시씩 차례대로 음식이 나와 순서대로 먹는 방식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여러 가지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공동체적 성향과 개인주의적 성향의 차이
| 창원 '옹기골 옛날밥상' - 옛날밥상(2인분)+석쇠구이(한우떡갈비)
한식은 하나의 상에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요리가 다 함께 먹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같이 숟가락을 부딪히며 아밀라아제를 공유(?)하는 방식 때문에 최근에는 꺼려하는 이들도 꽤 있지만, 반대로 모두 한 상에 둘러 앉아 거리낌 없이 다양한 음식을 공유하는 방식은 특유의 친밀감을 형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식과 반대로 양식은 매 코스마다 개인 플레이트에 한 사람을 위한 음식이 담겨 나온다. 여럿이 함께 먹도록 만든 요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알맞게 잘라 개인 접시에 덜어 먹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이들의 삶에 터치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성향과 걸맞으며 위생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최근 트렌드에 잘 맞춰진 방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한식과 양식은 능동/수동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한식의 경우, 한 상에 가득 차려진 반찬들에 대한 절대적인 선택권을 가지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의지대로 먹는 반면, 양식의 경우에는 각자 자신의 개인 플레이트에 담긴 음식만을 먹으며 하나씩 요리가 나오는 순서대로 먹는다. 결국 주어진 것들에 대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는 것과 “주는 대로 먹는다”는 점이 다른 것이다. 자유를 표방하는 서양의 식사 방식이 도리어 한국의 식사 방식보다 자유가 속박되는 느낌이라 이 점은 조금 재미있는 차이점이라고 생각된다.
한식에 ‘밥’과 ‘반찬(국,찌개 포함)’이 있다면, 양식에는 ‘메인 디쉬’와 ‘에피타이저’가 있다. 그렇지만 에피타이저를 한식의 ‘반찬’ 격으로 생각하면 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식의 상차림은 공간 전개형이다. 모든 요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은 주식인 ‘밥’을 효과적으로 먹기 위함이다. 결국 한식에 있어 국과 찌개를 비롯한 모든 ‘반찬’은 ‘밥’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무미(無味)에 가까운 ‘밥’에 각종 양념을 한 ‘반찬’들을 곁들여 짜고 맵고 시고 달고 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바로 한식이기 때문이다. 위 같은 이유 때문에 양식에서 메인 디쉬를 제외하고 에피타이저나 디저트 등을 한식의 ‘반찬’으로 보기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스프나 샐러드, 디저트 등은 메인 디쉬가 없이 단독으로 먹을 수 있는 독립적인 하나의 요리이다. 결코 메인 디쉬에 종속되지 않으며 하나의 코스에 속해있을 뿐이다. 굳이 ‘반찬’과 비슷한 것을 양식에서 찾아보자면 메인 디쉬 옆에, 간을 맞추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혹은 장식을 위해 곁들여지는 ‘사이드 디쉬’나 ‘가니쉬’가 그나마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를 보다 보면, 여주인공이 음식을 먹는 솜씨가 남다르다. 그저 ‘먹는 것’에 있어 ‘솜씨’까지 운운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녀의 요리들을 조합해서 먹는 실력이 ‘많이’ 먹어본 경험자의 솜씨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따끈한 밥을 깻잎 장아찌로 감싸서 크게 한 입에 넣고는, 채 씹어 삼키기도 전에 몽글몽글 끓여낸 계란찜을 한 스푼 입에 넣어 짠 장아찌의 맛을 중화시키는가 하면, 족발을 먹을 때도 고기와 쌈장의 조합으로 깔끔하게 먹기도 하고 쌈채소를 듬뿍 집어 싸먹기도 하며 풋고추와 함께 먹는다던가 입 안에 족발을 머금은 채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는다던가,하는 ‘먹기’의 신공을 보여줬다. 선택하는 맛의 조합도 모두 훌륭했지만, 그 한 끼 밥상에서 조합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맛 조합을 시도해봤다는 점이 참 높게 살만 하다.
이처럼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어떻게 조합해서 먹는가’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두 가지 이상의 맛이 합쳐졌을 때 즐길 수 있는 맛이 단독으로 하나씩 맛보았을 때와는 별개로 절묘하기 때문이다. 맛의 조합 가능성만 본다면 양식에 비해 한식이 조합개수가 월등히 많다. 한식에서 한 상차림에 총 10개의 음식이 올라왔다고 봤을 때, 10개 중에 2가지를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보면 경우의 수는 90가지가 된다. 반면 양식의 경우에는 똑같이 10개의 음식이 나온다 하더라도 코스별로 나오기 때문에, 한 코스당 두 세가지 음식만 조합할 수 있어 경우의 수가 30개 이하로 뚝 떨어지게 된다. 무조건 한식이 경우의 수가 높기 때문에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양식의 경우는 각각 요리의 독립성이나 고유의 맛을 더 중시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개인적 취향 혹은 문화적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