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을 보고, 듣고, 먹고, 느끼는 오감 한국 여행! 유구한 역사를 온 몸으로 느끼기.
‘여주’하면 떠오르는 것? ‘여주쌀’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건 꽤 섭섭한 일이다. 우리가 칭송해 마지않는 세종대왕이 잠들어 계신 곳이 바로 여주이며, 해골물 일화로 유명한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신륵사’ 또한 여주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주를 대표하는 전통 도자기도 있다.
이번 여주 여행에서는 미처 몰랐던 곳곳의 명소들을 모두 즐겨보고자 했다. 세종대왕릉, 도자기 박물관, 신륵사를 포함하여 여주 아울렛,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주 맛집들까지! 이틀 동안 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코스, 지금부터 만나보자.
글 최다혜 · 사진 이권호/마아란
오후 12시 장어 먹고 힘이 불끈!
차원이 다른 품질과 크기의 장어, 여행자에게 힘을 주리니
| 청심정
진짜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대단한 에너지를 준다고 알려져 있는 장어 요리를 먹을 것이다. 특히나, 장어는 물컹물컹하고 기름진 생선, 별 맛은 없는 생선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집이 있다.
여주를 관통하는 남한강, 그 바로 옆에 우뚝 세워진 건물. 으뜸 장어 요리를 선보이는 ‘청심정’이다. 조리 방식은 크고 건강한(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장어를 주문과 동시에 잡아 손질하여 꼬리가 팔딱이는 채로 불판 위에 올려 참숯 열로 구워 먹는 것인데, 장어의 힘찬 생생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신선함이 살아있는 장어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서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인 메뉴를 하나 소개하자면 고창산 복분자에 재웠다가 양념하여 구워먹는 복분자 양념구이가 있다. 장어 특유의 기름진 맛을 잡아줘서 여성들에게 유독 인기가 좋은 메뉴. 물론,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단연 참숯 소금구이를 추천한다.
청심정을 나와 남한강을 따라 차를 타고 15분 가량 올라가면 영릉(세종대왕릉)이 보인다. 영릉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한 능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평가 받는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과학기구들을 발명하고 제작하였는데, 바로 이곳에 그 발명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하고 재밌는 볼거리, 아름다운 경치를 찾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한국인이라면, 특히나 여주에 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야 할 곳이 아닐까.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 1호점이 코앞에 있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고급 아울렛, ‘프리미엄 아울렛’은 미국에서 1981년에 1호점이 오픈된 이후 전세계로 퍼졌는데,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점포가 바로 ‘여주 아울렛’이다.
145여 개 점포뿐만 아니라 다수의 레스토랑도 입점해 있어 식사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발이 묶일지 모르나, 우리의 저녁 메뉴는 이곳에 있지 않다. 쇼핑 파라다이스를 마음껏 즐기고 떠나자!
여주아울렛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위치한 ‘여주미꾸라지매운탕’은 진한 맛의 추어탕으로 현지에서 입소문을 탄 음식점이며, 경기도 모범음식점에 선정된 검증된 맛집이다.
100% 국내산 미꾸라지만을 사용하고, 재래식 조리 방식으로 끓여낸 추어탕의 깊은 맛이 여느 추어탕집의 그것과는 다르다. 게다가 밥 또한 일반적인 공기밥이 아닌 ‘솥밥’이니, 여주 쌀밥과 추어탕으로 몸보신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추어탕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매운탕과 칼국수 메뉴라는 차선책이 있으므로, 추어탕을 좋아하지 않는 이와도 방문하기에 부담 없다.
규모, 제법 넓고. 맛, 당연히 좋다. 가격? 대단히 착하다! 주차장까지 널찍하니, 제대로 밥 먹고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면, 이보다 좋은 선택이 있을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여주쌀밥에 주인장의 손맛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반찬. 영양의 균형이 잡힌 정성 가득한 백반을 배불리 먹고 나면, 오늘 여행에 필요한 기운이 넘쳐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투박함이 매력이 이 곳의 매력이라면, 정겨운 맛은 ‘마력’ 수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제, 우린 남한강 너머로 건너간다!
이번 여행의 대미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도자기 박물관과 신륵사를 방문하기 이전에, 그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해 있는 여주박물관에 먼저 들르자. 여주박물관을 짧게 묘사한다면, 작고 소박하지만 완성도 높고 진부하지 않은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특징적으로 여주박물관은 여주의 역사 외에도 여주를 관통하여 흐르는 남한강의 아름다운 수석을 전시하는 수석전시실, 그리고 <조선총독부>, <대원군> 등 대하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한 여주 출신 작가, 류주현을 소개하는 류주현 문학전시실을 포함하는 등 뜻 깊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남긴 유물을 감상하고 추억하는, 조용한 시간을 즐기도록 하자.
여주 도자세상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국내 최대의 복합도자쇼핑몰이다. 테마별로 구성된 리빙샵, 아트샵, 브랜드샵, 갤러리샵 등의 쇼핑몰과 함께 팔각 한옥 회랑인 도예랑, 도자전문갤러리, 반달미술관 등이 조화를 이뤄 국내 유일의 복합도자 문화관광단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 한 마디로 도자기를 보고 사고 만들고 즐기고 쉴 수 있는, 도자로 인한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다.
또한 도자세상 내에 위치한 도자전문미술관인 반달미술관은 지난 12년간 세계 도자비엔날레가 개최된 곳으로 초승달, 상현달, 하현달, 보름달이라는 4개의 전시관에서 생활도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자 전시를 만날 수 있다.
365일 문을 열고 있는 도자세상에서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더불어 도자그릇을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자!
도자세상을 나오면, 그 이름도 유명한 신륵사가 코 앞에 있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 내려지는 신륵사. 사람들이 여주의 아름다운 경치 여덟 가지를 들어 여주팔경이라 할 때, 그 첫 번째로 드는 것이 바로 신륵사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라 한다. 천 년이나 되는 기록에 남겨져 있는 여주와 신륵사의 뛰어난 경관은 실제로 두 눈으로 본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평한다.
천천히 수승한 경관 속에 몸을 맡겨 걸으며, 한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남한강을 건널 차례. 하루 종일 한국 밥상, 한국의 그릇, 한국의 문화를 온 몸으로 느꼈다면, 이제는 한국을 몸 안에 담을 차례다! 바로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난 소고기인 한우를 먹는 것이다.
여주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이곳은 마트형 셀프 음식점으로,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구입한 후 직접 구워먹는 곳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먹을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괜스레 잘 모르는 곳에 가서 바가지를 쓰기 보다는, 실속 있는 저녁을 준비할 땐 이처럼 마트형 셀프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쪽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