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매섭던 추위가 한풀 꺾이고 봄 내음이 풍기기 시작할 무렵, 야구팬들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한다. 화려한 가을 야구를 마치고 휴식과 전지훈련의 시간을 가지는 겨울. 이 겨울만 지나면 야구팬들은 가을까지 쭈욱- 경기를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프로야구경기를 하는 구장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알만한 잠실야구장이고, 하나는 2008년 ‘넥센 히어로즈’을 창단하여 1군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목동 야구장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두 야구장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때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 하나, 주변 먹거리다. 뜨거운 햇빛을 받고 있어 불안한 김밥, 눅눅해 보이는 치킨, 한정된 메뉴의 햄버거… 이것저것 가리다 보면 내 손에 쥐어지는 건 과자나 아이스크림뿐. 야구장에서는 내 입맛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주변 먹거리를 잘 파악하고 가는 자가 현명할지어다. 그래서 알아봤다. 잠실 야구장 주변 먹거리와 목동 야구장 주변 먹거리!
뭔가 좀 위생적인 건 없을까?
건강은 꼭 챙긴다는 K님(여, 30세)
무작정 의심하는 건 좋지 않지만, 작년에 한 번 식중독을 겪고 났더니 이제 날씨가 더워질수록 길거리에 파는 음식들이 죄다 불안하다. 야구장에 가면 죄다 내놓고 파는 음식들이라 참 안 사먹기도 그렇고 곤란해.
갈수록 날은 뜨거워지는데, 그 햇빛을 맞으며 나란히 놓여있는 김밥들… 그걸 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괜찮은 김밥집을 찾아봐
알찬 김밥, 야구장 근처에서 사가는 것도 방법
요즘 김밥에는 트렌드가 있다. ‘밥은 적게, 재료는 많게.’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별다른 영양가가 없는 밥보다는 그 안에 영양가 높은 재료들을 꽉 채워,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를 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각종 재료들로 가득 채운 김밥은 잘라 놓았을 때의 모양새마저 매우 아름답지만, 그만큼 재주 없는 사람은 제대로 말기도 힘들만한 고난이도 김밥이다. 어차피 야구장 앞에서 파는 김밥이나 집에서 싸가지고 간 김밥이나, 뜨듯한 날씨에 오래 노출된 것은 마찬가지. 집에서 각종 재료를 준비해 말아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식중독의 불안함을 덜고, 야구장 근처의 괜찮은 김밥가게에서 알찬 김밥을 사가는 건 어떠한가.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목동야구장 中 로봇김밥
목동야구장 근처에 위치해 있는 로봇김밥은 갈비김밥으로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마포만두에 갈비만두가 있다면 로봇김밥에는 갈비김밥이 있는 셈. 밥은 김에 착 달라붙게 조금씩만 넣고 그 안에 갖은 내용물들만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한 정성이 보인다. 야채도 잘게 썰어 넣어서 씹을 때 식감이 매우 좋다. 내용물이 많이 들어간 만큼 김밥의 사이즈 자체도 굉장히 큰 편이라 두둑한 포만감을 자랑하기도 한다. 로봇김밥은 무엇보다도 MSG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감미료와 비타민C를 첨가하는 등 건강을 생각한 먹거리라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신나는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날, 조금은 특별한 김밥을 맛보는 건 어떨까.
야구장에서 먹는 건 영 끼니가 안되고 속만 쓰려 죽겠다. 집에서 뭔가 싸가자니 재주도 없고, 먹고 출발하자니 야구장하고 집이 멀어서 도착하면 배고플 것 같고…좋은 수가 없나?
야구장 음식들도 한 두 번 먹을 때나 재미있지, 반복되면 물린다. 차라리 끼니는 때우고 들어가라
꼭 야구장에서 배를 채울 필요는 없다!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야구 경기를 보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공격이든 수비든, 항시 응원을 해줘야만 하니 진득하니 앉아서 뭔가를 먹기는 힘들다는 이야기. 아예 식사는 미리 하고 야구장에서는 간식거리와 맥주만 즐기는 건 어떨까? 하지만 집에서 먹고 오는 건 또 곤란하다. 야구장 주변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야구 시작 전에 이미 다 소화가 되어버리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으니 말이다.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잠실야구장 中 더팬
석촌호수 근처에 위치한 더팬은 런던식 펍 레스토랑이다. 11시부터 14시까지는 런치 메뉴가 제공되니, 주말 경기를 보는 때라면 조금 일찍 도착해 우아한 점심 식사를 즐기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야구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잠실 일대는 어느 곳이나 다 붐벼 분위기 있는 데이트를 즐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직 땀도 흘리기 전인 뽀송뽀송한 상태에서, 쉐프의 손길이 닿은 점심식사와 직접 로스팅하여 만든 신선한 커피들을 맛보고 나면 한결 가뿐하게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갈 수 있을 것이다.
술 먹으면 얼굴이 벌개지는 것은 물론, 그 때부터 제정신도 아니다 보니 술은 언제부턴가 입에도 안대게 됐다. 근데 야구장만 갔다 하면 여기저기 맥주 마시는 사람들뿐. 나도 좀 즐기고 싶다!
“술을 못 마셔 슬픈 이들이여,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먹을 디저트를 챙기자”
치맥보다 부러울 만한 조합이 분명 있다
야구장만 갔다 하면 여기저기 맥주 뚜껑을 따는 소리가 부산스럽다. 워낙 알코올이 안 받는 체질이라 혼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 조금 더 당당해져라.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만큼이나 뛰어난 아이스 커피가 당신에겐 있지 않은가. 빨리 마시지 않으면 식어버리는 맥주보다, 얼음을 살살 녹여가며 점점 더 시원하게 마시는 커피가 오히려 더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맥주를 마시며 치킨을 집어 먹을 때, 당신도 커피를 마시며 향긋한 디저트를 집어먹으면 더 이상 누가 부러울 것인가.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목동야구장 中 팡코
목동의 유명 베이커리 ‘팡코’는 목동구장에서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일부러 찾아가 먹을 정도의 레벨이니 목동에 야구 관람하는 걸 기회 삼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팡코에서는 쇼트닝이나 마가린 없이 100% 목초유 앵커버터만 사용해 매일 그 날 팔 수 있는 양만큼의 빵만을 구워낸다. 48시간 저온숙성으로 정성껏 발효해내는 성의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만든지 6시간이 지난 빵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까지 가지고 있는 베이커리. 팡코에서 빵을 몇 가지만 골라서 야구장에 가도,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르빵 역시 잠실야구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송파구에서는 꽤나 유명한 빵집이므로 그냥 지나치긴 아까운 곳이다. 프랑스의 유명제과제빵 전문학교인 ‘에꼴 르노트르’를 수료한 제빵사가 만든 집으로 일체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맛집이 되었다고 하니 솔깃하지 않은가. 형형색색 마카롱부터 시작해 찹쌀,완두를 이용한 찹쌀 마블레, 르빵을 대표하는 감자빵 등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선택의 폭도 넓다. 담백한 빵들이 많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 끈적해지거나 갈증을 유발하지 않아 좋고, 장시간 보관하기도 부담이 없어 야구장에 사들고 가기엔 제격.
야구팬으로 살아가는 것도 학생에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야구 티켓 가격만 해도 후덜덜인데, 사먹는 거 하나하나 물 한 방울까지 돈!돈!돈… 뒷풀이까지 하고 나면 일주일 내내 쫄쫄 굶어도 모자라…
야구는 끝났다! 이제사 야구 관람비에 맥주값까지…돈 걱정이 밀려오는데 막상 뒷풀이는 포기 못하겠을 때 저렴한 장소를 서치하자
지갑 사정이 걱정될 때, 저렴한 야구장 주변 뒷풀이 장소
한 번 다녀올 때마다 훅훅 줄어드는 통장잔고를 보며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경험들, 야구장 좀 다녀본 분들이면 다 겪어봤을 것이다.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 야구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거니와 정상가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야구장 음식들 좀 사먹다 보면 티켓만큼이나 먹거리 소비도 만만치가 않다. 지갑만 들여다보면 뒷풀이고 뭐고 다 접고 그냥 집에 가도 모자랄 판인데, 도무지 이 흥을 뒷풀이 없이 잠재울 자신이 없을 때,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고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인파가 우왕좌왕 어디로 뒷풀이갈지 고민할 때, 미리 알아둔 맛집으로 직행하는 자가 뒷풀이의 승자다!(비록 야구 경기에서의 승자는 아닐지언정) 물론, 뒷풀이니 술도 한 잔 곁들일 수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잠실야구장 中 겸손한 야끼니꾸
겸손한 야끼니꾸는 재미있는 이름 덕분인지 한 번 들으면 다들 잊지 않는 듯 하다. 그만큼 잠실에서는 소문난 야끼니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핫(hot)한 맛집. 야구 매니아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라, 내부에 온통 야구용품과 사진들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야구팬들에게는 더욱 마음이 동하는 곳이다. 촉촉한 갈비살과 두툼한 소금구이 목살, 입에서 녹는다는 안창살을 비롯해 마약처럼 맛있는 청국장까지… 출출한 배를 채우고 술잔을 기울이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소고기 가격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저렴한 가격 역시 매력적이다.
주머니가 가벼울 때, 무한리필이라는 단어만큼 설레이는 단어가 있을까. 쭈꾸미가 맛있기로 소문난 미쓰쭈에서는 정식을 주문하면 공기밥을 무한리필해준다. 짭조롬하고 달짝지근한 쭈꾸미, 그리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무한 공기밥은 아주 필수적이다. 더불어 계란찜, 부침개, 콩나물, 깻잎, 무절임, 김 등 각종 밑반찬들을 푸짐하게 내어주시니 저렴한 가격에 배를 땅땅 두드리며 나오게 될 것이다. 한 사람 당 만원도 하지 않는 가격이니 술까지 마시더라도 꽤 부담 없지 아니한가.
젊은 애들이랑 야구장 한 번 갔다가 조상님하고 하이-파이브할 뻔. 점심 때부터 만나 놀았는데 뒷풀이도 새벽까지… 다음 날 출근도 겨우 했다는. 내가 나이 탓하는 걸 좀 좋아하긴 하지만 정말로 이 나이에 그렇게 놀긴 좀 힘들다니까? 마음만 한창이다.
열정을 내뿜고 체력이 바닥나 더 이상 놀 기운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울 때, 시원한 커피나 빙수로 속을 달래며 경기 후기로 이야기 꽃을 피워보자!
이 정도 시원함과 달콤함이면 뭐든 다 용서된다
더운 날씨에 장장 몇 시간을 응원한다는 건 진정한 팬심이 아니고서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보단 정신력으로 버틴 당신, 이제 지쳐 더 이상 놀 기운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체력 좋은 몇몇 이들은 소주를 마시자며 우르르 달려가지만, 그들과 함께 했다가는 도무지 다음 날 정상인으로 일어날 자신이 없을 때. 초라해지지 말고 조금 우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꼭 술이 있어야만 뒷풀이는 아니니, 시원한 커피나 빙수, 달달한 디저트 등으로 뜨거워진 몸을 달래며 오늘의 야구 경기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다.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잠실야구장 中 오반가
엄청나게 부드러운 빙질을 자랑하는 오반가의 팥빙수는, 100% 국산 팥을 사용해 만든 홈 메이드 팥빙수다. 달지 않게 만들어 담백하고, 오반가에서 판매하는 국화빵이나 인절미 구이와의 조합도 훌륭하다. 직접 만든 수제 팥이라 달기보다는 고소한 맛이 강해 국화빵과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오반가의 국화빵은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속에 팥이 가득 차 있어 실속있고 든든하기도 하다. 시원한 팥빙수로 애간장 탔던 속도 달래고, 단팥 토핑과 꿀을 바른 인절미 구이로 든든한 한 끼 식사까지 즐기는 뒷풀이, 꽤 이색적이지 않은가.
아오, 진 것도 서러운데 뒷풀이 가도 여기저기 승리팀 응원가 부르고. 영 술 마실 맛도 안난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랄까? 지하철 타면 ‘패배자 우대석이라도 어디 없나’ 싶을 정도. 기분 확 풀리게 할만한 뭔가도 딱히 안 떠오른다.
기운은 다 빠졌고, 경기도 져서 기분 별로…빨리 집에나 가고 싶은 분들 달달한 호떡 하나로 기분 달래고 들어가시라
분노도 사그라들게 하는 달큰한 쫄깃함
[테마맛집] 야구장(수도권)맛집 목동야구장 中 똘마니호떡
12가지 곡물과 몸에 좋은 견과류가 들어간 알곡 호떡, 닭가슴살과 야채, 특제 고추장 소스에 버무린 불닭 호떡, 자연산 모짜렐라 치즈를 100% 사용한 피자호떡 등…똘마니 호떡에는 다양한 종류의 호떡를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로 선보이고 있다. 호떡을 만들어 커다란 화덕에 구워내 기름기를 쫙 빼주니 평소 먹던 기름진 호떡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감자나 크림치즈,호두,군고구마 등이 들어간 고로케도 별미. “내 입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남의 입에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되는 곳인만큼, 믿고 먹어도 좋다. 야구장에서 정크푸드들로 배를 채워 내 몸에 죄책감이 드는 이 시점, 쫄깃하고 달큰한 호떡으로 지친 몸과 기분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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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사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괜찮은 김밥집을 찾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