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삶의 터전에 늘 대나무가 있다고 하여 ‘죽향’이라 불린 담양. 대나무가 많이 나고 자라는 만큼, 대나무와 관련된 산업 또한 발달하였는데 죽세공예품과 현재의 관광산업이 그 한 예다.
이번 1박 2일의 여행에서 우리는 대나무가 울창한 죽녹원과 대나무에 찐 암뽕순대, 대나무 향을 머금은 대통밥을 만나 대나무 고장의 진면목을 알아볼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숲길에서 삶의 여유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글 최다혜 · 사진 이권호/마아란
오후 4시 소쇄원
조선의 정원을 만나다
| 소쇄원
소쇄원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다. 이는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인해 능주로 유배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양산보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 살기 위해 꾸몄다고 전해진다. ‘맑고 깨끗하다’라는 뜻의 ‘소쇄’라는 이름처럼, 소쇄원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지켜내고 있어 방문하는 이들로 하여금 맑고 깨끗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히는 소쇄원, 더운 여름에도 쌀쌀하다고 느낄 만큼 시원한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시간 여행을 해보자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짜리 묘목을 심었던 일이 있다. 이로 인해 이제는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한 가로수길로 성장한 곳이 있으니, 바로 이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이 되겠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최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이 매혹적인 길은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풍광을 지녔다. 이 길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가면 좋은 길, 자전거를 타면 좋은 길이라 소개하고 싶다. 주민들의 반대로 고속도로 개발마저 비켜간 귀중한 길이기도 하다.
담양은 순대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유독 유명한 순대가 바로 ‘암뽕순대’다. 암뽕이란 암퇘지의 새끼보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순대와 같이 비닐이나 창자가 아닌 새끼보에 속을 채웠다 하여 암뽕순대라 불리는 것. 요즘의 순대에는 대부분 막창을 사용하니, 평소에 먹어보기 힘든 암뽕순대를 우리는 이 기회에 즐겨보자. 필자는 담양의 수많은 암뽕순대집 중에서 옛날대통순대집을 골랐다. 또 다른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에 넣어 1시간 가량 찐 순대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이용한 이 비법 덕분에 누린내가 제거되는 것은 물론이고 양념이 빠져나가지도 않아 맛이 월등하다고! 여러 방송사가 앞다투어 촬영한 이유 역시 이 곳 특유의 순대맛에 있는 것이다.
둘째 날 첫 여행지인 ‘관방제림’의 입구에 당당히 위치한 오늘의 음식점, ‘옥빈관’. 이 곳은 담양 대표 음식으로 불리는 떡갈비와 대통밥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다. 담양군 모범음식점으로도 선정된 바 있는 옥빈관에서 특히나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역시 떡갈비, 그 중에서도 한우 떡갈비다. 100% 한우 암소 만을 사용하여 맛이 담백하고 숯불 향이 잘 배어 있는데, 그 풍미는 돼지 떡갈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밥 또한 남다르다. 옥빈관에서는 대통은 단 한 번만 사용해야 한다는 철칙을 고수하여 대통밥을 먹고 난 손님들이 대통을 기념으로 포장해 갈 수 있도록 먼저 챙겨준다. 의심의 눈길을 거둬도 된다는 사실!
담양 관방제림은 천연기념물 제 366호로 담양천의 제방에 나무를 심어 약 2km가 이어진 숲길을 가리킨다. 이는 조선 인조 26년(1648)에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해, 그 후 철종 5년(1854)에 다시 이 제방을 축조하고 그 위에 숲을 조성하며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아름드리 펼쳐져 있으며 단기간에 만들어낸 풍광과는 엄연히 다른, 웅장하면서 평화로운 멋을 자랑한다. 하천 바로 옆에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으니 걷기 힘들다면 자전거를 타고 한들한들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인 ‘죽녹원’을 남겨두고, 더운 땀을 식히면서 잠시 쉬어가려 한다. 뜻밖에도 담양 유일 로스팅 커피집이 바로 앞에 있다. 은은한 커피 향을 따라 들어가보자. ‘커피마운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백발이 멋진 노신사 주인장이 우릴 반겨준다. 스페셜 원두를 사용하여 신선함이 특출난 커피, 핸드드립과 더치커피 등 대나무숲 앞에서 즐기게 될 줄 몰랐던 행복한 커피의 맛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카페다. 시원한 테라스에서 정성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커피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행을 돌아보자.
약 31만m²의 울창한 대나무숲. 다른 수종들에 비해 현저히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 대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바로 “죽녹원”. 간단히, 총 길이가 2.4km인 여덟 가지 산책로와 생태전시관으로 이루어진 죽녹원은 실로 신비한 곳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청명한 바람을 맞으며, 사각사각 흔들리는 댓잎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자연과 물아일체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죽녹원 산책로를 뒤로 하고 여름 냄새 가득한 담양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그 여운이 꽤 길게 남을 것이다.